졸업하는 컴공생의 회고아닌 회고

2019-11-19

처음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는 아무 생각 없이 학교 교과 과정에 따라 공부를 했었다. 첫 학기에 4.3이라는 성적과 장학금을 받았을 때는 재능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2학기 때 의욕도 떨어지고 와우라는 게임에 빠지게 되면서 이도 저도 아니게 마무리를 했다. 그리고 맥북을 구매하고 막 Swift 언어가 나왔던 때라 혼자서 애플에서 제공하는 공식 문서를 보면서 공부를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도대체 무슨 자신감과 생각으로 그걸 일일이 번역하며 공부를 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공익일을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멀어졌고 결국 일본어만 공부를 한채 전역을 했다.

그 후 프로그래밍은 한 번도 쳐다보지 않은 채 복학을 했다. 우리 학과는 4년제 교육과정을 3년에 욱여넣다 보니 2학년 때는 정말 힘든 걸로 학과에선 유명하다. 과목마다 프로젝트가 있고 주마다 과제까지 있으니 버티거나 혹은 버티지 못하는 애들이 생긴다. 그나마 버티려나 했던 필자도 결국은 버티지 못하고 방황하기 시작했다. 그렇다 보니 스스로 개발에는 소질이 없다고 단정 지어 버렸고 그렇다고 놀면서 시간 낭비하기는 싫어 JLPT N1 공부와 독서를 했다. 그리고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그리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한 번 더 생각했던 기간이었다.

그렇게 여름방학 때 JLPT N1을 합격하니 이젠 영어를 미리 해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영어 문법을 원서로 공부하면서 영어회화 공부를 시작했다. 2학기가 시작하고 대부분 수업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JSP로 하는 웹 개발 시간은 유독 재밌었다. JSP를 엄청 잘 한건 아니지만 Bootstrap을 스스로 해보면서 재미를 느꼈던 것 같다. 우리 학과는 3학년 때는 졸업학년인지라 캡스톤 디자인이라는 과목이 있다. 이때는 강의를 듣는 게 아니라 본인이 주제를 정해서 스스로 공부하면서 만들어보는 과목이다. 그래서 2학기를 마치며 들었던 생각은 3학년 캡스톤 시간에 내가 원하는 주제와 흥미가 있는 언어를 가지고 개발을 다시 해본다면 소질이 있는지 없는지 조금 더 판단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겨울방학 동안에는 토익을 끝내고 미리 주제와 어떤 언어를 사용해야 할지 고민했다.

3학년이 시작됐고 필자는 Python으로 웹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Java, Spring을 해야 취업이 잘 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당시에는 취업보다 내 스스로 정말 개발을 할 수 있는지 아닌지를 아는 것이 더 중요했다. 그래서 어려워했던 Java보다는 직관적인 Python으로 해보고 자신감을 얻는 게 중요했었다. 한 달간 Python, Django의 기초를 공부하고 약 2달간 웹을 만들어 완성했다. Spring, Java는 한국어 자료가 많은 반면 Django에 대한 최신 자료는 영어가 대부분이었다. 그렇다 보니 영어로 찾는 게 기본이었고 개인적으로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렸던 것들을 따로 블로그에 정리하기도 했다. 덕분에 프로그래밍에 조금 자신감을 얻게 되었고 재미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1학기가 끝날 무렵 Python으로 계속 개발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일자리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방학 때는 Python 알고리즘 공부와 한두 군데 회사에 서류를 넣어보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는 알고리즘 공부는 재밌게 했지만 회사는 신입이지만 높은 수준을 원했는지 통보 없이 전부 떨어졌다. 그때 내가 다시 한번 실력이 부족하다는 걸 느끼고 Spring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2학기 캡스톤디자인 시간이 다시 왔고 Spring, Java로 웹을 만들기로 했다. 어렵다고 계속 도망칠 수도 없는 것이고 오히려 실수가 용납되는 학생 때 조금 느리더래도 공부를 해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Django에서 자동으로 구현해주거나 간단한 코드만 적으면 되면 작동하는 기능을 Spring에서는 대부분 직접 만들려 하니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 생각해보면 모든 프레임워크나 언어는 그렇게 만들어진 합당한 이유가 있다는 점이다. 내가 전부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Django로 만들 때는 어려웠던 것이 오히려 Spring으로 만들 때는 간단한 것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는 것을 체감했기에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저번 주에는 면접을 보고 이번 주말에는 몇 달 만에 고향에 내려갔다 올라가는 길이다. 물론 면접을 합격할지는 모르겠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 학년 동안 공부를 하면서 느낀 건 소질을 운운하기 전에 해보는 게 참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물론 소질은 무언가를 습득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그렇지만 해보지 않고 무조건 도망치는 것보다 해보고 조금이라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2학년 때 나는 내가 이렇게까지 개발을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마지막 학년을 의미 없이 버리고 싶지 않았기에 할 수 있는 만큼 했고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해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취업을 하더라도 끝나는 건 아니다. 결국 새로운 시작일 뿐이고 모두가 말하듯이 더 힘들지도 모르겠다. 포괄임금제가 난무하는 신입 개발자의 생활이 당연히 좋을 리도 없다. 그럼에도 현실을 살아가야 하기에 불평만 하기보다는 조금이라도 해내려고 노력하는 내가 되면 좋겠다.